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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올림포스 (Zodiac Olympoth) 빈티지 시계 수집기

리뷰럴 2025. 5. 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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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거쳐갔던, 거쳐가는 모든 것들은 필연이었을까?

살다보면 유난히 애정이 가는, 눈에 유난히 익는 물건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왠지 내 것인 것 같은, 내 것이 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물건들.

내게는 이 시계가 그러했다.

조디악 올림포스

조디악이라는 시계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조디악은 1882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꽤나 오래된 시계 브랜드로, 다이버 시계인 씨 울프(sea wolf)로 유명했으나 1990년대 브랜드 침체로 경영 위기를 겪고 2001년 파슬 그룹에 인수된 역사가 있다.

시계 서칭 중에 우연히 조디악에서 드레스 워치로 출시한 올림포스 사진을 보았다. 정말 특이하고 멋들어지는 케이스 모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그 잔상이 꽤 오래 남았다.

손에 넣다.

다른 빈티지 시계들을 열심히 쟁이던 와중, 일본 옥션에 이 시계가 매물로 올라온 것을 보았다.

분명 꼭 사려고 했다거나,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뭐에 홀린 듯, 경매 종료 직전에 입찰을 걸었고 한큐에 낙찰을 받았다.

평소 경매 진행 간 수반되는 일련의 절차들은 다소 복잡하게도, 귀찮게도 느껴지는데, 이 시계는 뭔가 달랐다. 굉장히 과정이 심플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말로 힙하다거나, 트랜드를 주도하는, 스타일리시한 사람은 전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뭔가 뻔한 건 싫었다.

이 성향은 크고 나니 시계 생활을 비롯한 삶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영향을 준다. 주류가 아닌 지류의 특이한 것을 좋아하고 찾아나서는 등.

난 비싼 시계가 없다. 비싸다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계를 좋아하는 이들의 기준에서 봤을 때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껏 내가 구매한 가장 비싼 시계는, 스스로를 위해 돈을 쓰지 않으시는 아버지께 선물로 드린 해밀턴의 오픈하트이다.


시계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내가 시계 시장의 측면에서는 비용적인 만족감의 역치가 낮다는 점이다. 그래서 돈을 모아 사람들이 말하는 비싸고 좋은 시계를 사지 못하고 돈이 모이면 적당한 가격선에서 내가 관심이 가는 시계를 얼른 사버린다.

그 비용들을 모으면 사실 비싼 시계를 하나 살 수 있는 금액이 되기는 한다. 그치만 아직은 여러 시계를 다양하게 경험해보는 것이 만족감이 더 크다.

빈티지 시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러한 부분이 크다. 현행보다 저렴하게 좋은 브랜드들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과 분명 물건에 세월이 녹아든 빈티지스러움이 좋았다.


뻔한 게 싫은 내 기준에서 이 시계는 굉장한 만족감을 준다. 말 그대로 내 눈에 예쁜 시계 그래서 눈이 자꾸만 가는 시계, 빈티지였기에 현행보다 착한 가격도 내겐 완벽했다.

만타 가오리를 연상시키는 비대칭적인 케이스 디자인과, 다이얼의 경년 변색 등 오리지널 빈티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에이징이 정말 맘에 든다.


아침에 시계를 고르다보면 그날 복장이나 일정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그런 내게 가장 부담을 덜 주는 시계 같다. 그래서 손이 자주 가고, 보면 기분이 좋은 옛 친구 같은 느낌을 준다.

에타 오토매틱 무브로 관리도 편하고, 드레스 워치지만 요즘 툴워치 같은 포지션으로 자주 차는 시계다. 다이버, 드레스, 툴워치 등 시계의 역할에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시계는 그날 기분에 따라 막 찬다.

자기 만족의 영역에서 시계는 굉장히 좋은 취미인 듯 하다. 그래서 주변친구들에게도 자주 권한다.

포멀한 복장에도, 캐주얼한 복장에도 포인트가 되어주는 나의 시계 조디악 올림포스. 내 컬렉션에 긱함을 더해줘서 고마운 친구다. 추천하고 싶은 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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